만화책은 저마다 다른 속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만화책은 앉은자리에서 완결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책은 생각날 때마다 아무 페이지나 휘리릭 펼쳐서 눈길 가는 대로 봅니다. "약속의 네버랜드"가 완결까지 쭈욱 달려야 하는 만화책이라면, "나츠메 우인장"은 언제 어디서든지 생각날 때 펼쳐볼 수 있는 만화책입니다. 오히려 한 번에 쭈욱 달리면 재미가 반감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나츠메 우인장"은 애니메이션을 3번정도 봤습니다. 남편이 또 보냐고 할 정도로 심심하면 틀어놨습니다. 그리고 만화책까지 보게 되었네요. 1~25권까지 한 번에 쭈욱 달렸습니다. 오버 페이스로 달리기한 느낌입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와 너무 많은 인물들을 한 번에 만났기 때문이죠. 작가가 밝혔다시피 "나츠메 우인장"은 어느 화에서 시작해도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한 화에 한 스토리를 담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체적으로 연결되는 스토리는 있지만 꼭 한 번에 다 볼 필요는 없습니다. 작가의 의도를 무시하고 달리고 나니 조금 후회가 됩니다. 천천히 조금씩 읽을걸 하고 말이죠.
주인공 나츠메는 요괴를 봅니다. 그 때문에 사람들에게 그의 행동은 이상한 눈으로 비춰졌고 어릴 때는 거짓말쟁이로 따돌림받기도 합니다. 그런 주인공이 "우인장"을 발견하고 "야옹 선생"과 함께 생활하면서 점점 달라집니다. 인간도 요괴도 믿지 못했던 나츠메였지만 요괴들의 일을 해결해 주면서, 그리고 친구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인간과 요괴 모두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가게 됩니다.
간혹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일본 특유의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를 자주 읊조리는 나츠메를 보면 이해가 잘 안 가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야옹 선생"도 주인공의 행동을 이해 못할 때가 많죠. 그러나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요괴에 의해, 혹은 인간에 의해 파괴된 일상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좋은 분들을 만나고 좋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면서 겨우 얻게 된 소중한 일상을 지키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라는 말로 나온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만화책은 주인공도 성장하고 작가도 성장합니다. 1권을 처음 폈을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림이 산만하고 맥아리가 없다(?)고 해야 할까요? 애니메이션으로 봤던 야옹 선생의 몽글몽글하고 귀여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애니메이션보다 만화책을 먼저 봤더라면 1권에서 책을 덮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츠메 우인장은 2005년에 처음 세상에 나왔습니다. 벌써 15년이 흘렀네요.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 법칙'을 신뢰하지는 않지만, 나츠메 우인장에서 작가가 보여준 실력 향상을 보니 10년간 꾸준히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림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나츠메 우인장은 매일 매일의 소중함을 말합니다. 매일 똑같아 보이는 일상, 매일 만나는 똑같은 사람들, 매일 똑같은 업무에 지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확 눈에 띄지만 않을 뿐, 조금씩 훈련하면서 쌓이는 하루하루는 '어제 보다 발전한 나'를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0.1mm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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