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싸우고 난 뒤 씩씩거리면서 그림책을 한 권 집었습니다. 백희나 작가님의 ≪알사탕≫이었습니다. 표지에 있는 알사탕처럼 동글동글한 아이의 얼굴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싸운 뒤라 기분이 좋지 않아서인지 아이 얼굴도 이뻐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첫 장의 첫 소절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나는 혼자 논다." 맞아~ 인생은 혼자야. 어린 꼬마가 벌써 인생을 아는구나. 남의 편인 남편과 살면서 깨달은 인생의 진리를 학교도 안 들어간 꼬맹이가 알고 있다니 기특했습니다. 누구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혼자 노는 게, 혼자 있는 게 편합니다. 주인공 동동이를 기특해 하며 그림책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동동이는 구슬을 좋아합니다. 혼자 구슬 치기를 하던 동동이는 새 구슬이 필요하게 되어 문방구를 가게 됩니다. 그리고 알사탕을 발견합니다. 이 알사탕은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었죠. 알사탕을 하나 먹으면 동동이가 찾던 사물이나 강아지, 사람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의 압권은 아빠의 잔소리를 그림책에 표현한 부분입니다. 가로, 세로 25cm 정도되는 정사각형 한 페이지가 아빠의 잔소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잔소리 페이지를 보는 순간 가슴이 죄어 오고 머리가 멍해집니다. 아빠의 잔소리를 육성으로 현장에서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잔소리를 책에 그대로 보여주는 백희나 작가님의 표현력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합니다.
아빠의 잔소리 때문에 저의 짜증은 머리 끝까지 올라왔습니다. 현실에서 듣는 잔소리도 모자라서 그림책에서까지 보게되다니요. 그 순간, 동동이가 문방구에서 사온 알사탕을 먹습니다. 그리고 아빠의 속마음을 듣게 되죠. 동동이의 마음도 녹고, 저의 마음도 녹아내렸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싸웠던 남편 모습이 떠오릅니다. 생각해 보면 내가 그렇게 화낼 일도 아니었습니다. 괜히 욱한 마음에 눈물, 콧물 질질 짜면서 꽥꽥 거렸던 거 같습니다. 남편은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알아보려 했으나, 저는 혼자 구슬 치던 동동이처럼 토라졌습니다.
마지막에 동동이는 자신의 마음을 친구들에게 말하기로 했습니다. "나랑 같이 놀래?" 이 문장은 저를 남편 옆으로 데려다 놓았습니다. 부부 싸움에서 먼저 말하는 쪽이 지는 거라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혼자 꽁해있던 마음을 버리고 자고 있는 남편 옆에 살며시 누웠습니다. 그리고 먼저 말해 버리기로 했습니다. 동동이처럼 말이죠.
백희나 그림책 - 장수탕 선녀님 (0) | 2021.0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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