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탕 선녀님≫은 여러 측면에서 충격을 주었습니다. 제목은 저에게 30년도 훨씬 넘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고, 표지의 익살스러운 선녀님 표정은 저의 시선을 꽉 붙들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책을 읽고 자라는 건가'라는 생각에 부러웠습니다.
요즘은 거의 사라졌지만 간혹 오래된 거리를 걷다보면 목욕탕 굴뚝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OO탕. 어릴 적 참 많이 보이던 굴뚝이었습니다. 그래서 목욕탕 굴뚝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탕에 들어갔던 일, 엄마가 때 밀어줬던 일, 그리고 저는 요구르트 대신 바나나 우유를 마셨습니다. ≪장수탕 선녀님≫ 시작이 그 시절 목욕탕 굴뚝과 똑같아서 첫 페이지를 보는 순간 가슴이 찡했습니다.
≪장수탕 선녀님≫은 어른들에게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줍니다. 상당히 영리한 그림책이죠. 책을 읽어 주는 어른에게는 옛날의 추억을 떠오르게 해 주고, 아이들과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주기 때문입니다.
책을 보면서 ≪장수탕 선녀님≫의 선녀님이 진짜인가 아닌가 계속 의심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의심을 풀게 되는 결정적인 장면이 나옵니다. 바로 요구룽인데요. 그 장면을 보면서 '아, 이 선녀님은 찐이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요구룽" 너무 귀엽지 않나요? 자꾸자꾸 발음하고 싶은 단어입니다. 이런 단어를 만들어낸 백희나 작가님의 단어 센스가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백희나 작가님의 ≪구름빵≫ 보다 ≪장수탕 선녀님≫이 훨씬 좋았습니다. ≪구름빵≫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라면 ≪장수탕 선녀님≫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인 것 같습니다. 요구룽을 선녀님에게 주기 위한 덕지의 고난과 인내도 귀엽게 보이고, 고생한 덕지를 위한 선녀님의 위로는 마지막에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장수탕 선녀님≫ 은 총 19장(38페이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림책은 짧은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선녀님에 대한) 미스터리도 있고, 고난과 역경도 있으며 추억을 선물하는 보물 같은 그림책입니다.
백희나 그림책 - 알사탕 (0) | 2021.0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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